[경남근대건축문화유산 투어-7]
'남진주' 명성 보여주는 건축물 잔존
<진주 중앙시장 체험길>
진주 역사만큼 근대 발자취도 남아
질곡 속에서도 민초 삶의 현장은 번성 진주가 삼남의 중심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고려시대에는 전국 12목 중 하나인 진주목이라 불렸다. 각 도의 관찰사가 거처하는 감영을 두고 행정과 산업, 문화의 중심지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조선팔도의 온갖 물자와 사람이 수시로 모여들 정도로 큰 고을이라 하여 웅부거읍(雄府巨邑)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후 1896년 전국을 13도로 나누면서 탄생한 경상남도 청사가 진주에 들어서면서 전성기를 이어갔다.
'북평양 남진주'의 영광은 일제 식민 치하의 질곡 속에서 점차 흐릿해져갔다. 하지만 민초들의 삶과 함께해온 시장은 예외였다. 진주는 전국에서 토지가 가장 비옥한 농업지대인데다 지리산과 남해 사이에 위치해 각종 산물이 풍부하게 생산되고, 여러 지방의 산물이 집중됐다.
그러면서 화폐경제가 발전한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 진주 인근에는 주내장(州內場)과 반성장(班城場)을 비롯해 엄정장(嚴亭場), 말문장(末文場), 마동장(馬洞場), 문암장(文巖場), 덕산장(德山場), 북창장(北倉場), 소촌장(昭村場), 수곡장(水谷場), 안간장(安澗場), 창선장(昌善場) 등 장시가 발달했다.
오랫동안 진주의 중심시장으로 자리한 중앙시장은 이들 장시로 오가는 보부상들의 중간기착지이자 거점이었고, 여러 지방의 산물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레 지역 상권의 중심이었다. 일제강점기에도 시장의 번영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비빔밥 전문 식당 건물도 근대 분위기
서부경남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진주중앙시장은 1884년 진주상무사에서 출발했다. 오늘날 상공회의소의 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무사는 1937년 일본인들이 진주시장진흥회로 명칭을 바꾸면서 더욱 번성했다. 중앙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것은 광복 이후의 일이다.
중앙시장 초입부에 자리한 천황식당은 일제강점기인 1927년부터 3대째 이어오는 비빔밥전문점이다. 당시 대중잡지 '별건곤'에 진주비빔밥의 맛이 묘사될 정도로 이름난 맛집이었다고 한다.
현재 건물은 한국전쟁 직후 훼손된 원래 건물을 허물고 새롭게 지은 것이다. 일본식 가옥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정갈한 구조와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 근대건축물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시장 안에는 1948년에 개업한 수복빵집, 덕인당꿀빵 등 오래된 가게들이 지금도 대를 이어 영업하고 있다.
1895년 지은 진주초교 건물 일부 잔존
진주의 중심이었던 중앙시장 인근에는 근대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남아 있다. 진주초등학교 강당과 배영초등학교 옛본관이 대표적이다. 진주성로에 있는 진주초등학교는 1895년 근대학교로서의 의무교육이 제도화됨에 따라 경상우도소학교로 문을 열었다. 국내 두 번째로 오래된 초등학교로, 1934년에 지은 붉은색 강당 건물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진주초교와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옛 배영초등학교 본관(등록문화재 제582호) 건물이 있다. 1908년 진주 거주 일본인 자녀들을 위한 진주공립심상소학교로 개교, 광복 후 배영초등학교로 교명을 바꿨다. 1998년 학교를 신안동으로 이전하고, 운동장터에 진주교육지원청이 들어서 현재는 1938년 지은 본관 건물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근대적 조형미가 뛰어나 진주시에서 건물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로마네스크 양식 옥봉성당 원형 보존
진주교육지원청과 경찰서, 우체국 등이 자리한 일대는 진주대첩에 빛나는 진주성의 방어 기능을 가진 해자(亥字)였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이곳을 헐어 도로를 내고, 진주성곽에 널린 돌과 흙으로 연못을 메워버린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다시 중앙시장을 가로질러 향교로를 따라가면 또 다른 근대건축문화유산을 만난다. 1933년에 지은 옥봉성당(등록문화재 제154호)이다. 앞서 1911년 진주 문산성당의 옥봉공소로 시작한 이곳은 붉은 벽돌 건물에 뾰족하게 솟은 종탑이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이색적이다. 한국전쟁으로 건물이 훼손되자 전반적인 보수 공사를 거치고, 이후 여러 차례 증축하면서 현재 모습을 갖췄다. 로마네스크 양식을 기반으로 한 건립 당시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어 건축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인근 비봉산 서쪽 비탈을 오르면 일제강점기에 지은 누각인 비봉루(경남문화재자료 제329호)를 본다. 고려의 충신 몽주 선생이 쉬기 위해 머물렀던 곳이라 전해진다. 현재의 비봉루는 그의 후손인 정상진이 1939년에 새로 지은 것으로, 이곳에서 바라본 진주 시가지의 전경이 일품이다.
경남도는 이곳 비봉루에서부터 진주성까지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두 개의 ㄴ자가 이어지는 일대(약도참고)를 근대건축문화유산 DB구축 및 콘텐츠 개발연구용역에서 진주 중앙시장 체험길로 명명하고, 근대건축문화유산과 연계한 도내 10개 투어길 중 하나로 선정했다.
/경남공감 2016년 10월[Vol.43]
- 진주 중앙시장 초입부에 자리한 천황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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