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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근대건축문화유산 투어-5] 창원 역사마을길

고룡이 2020. 10. 30. 13:59

[경남근대건축문화유산 투어-5]

이원수가 노래한 나의 살던 고향

<창원 역사마을길>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창원읍성 일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가 열다섯 나이에 등단한 시이자 국민동요 고향의 봄의 노랫말이다. 시의 배경이 된 꽃피는 산골은 옛 창원읍성이 있던 창원시 의창구 북동과 중동, 소답동 일대다.

 

양산에서 태어난 이원수는 첫돌을 맞기도 전에 부모를 따라 창원읍으로 이사 왔다. 그는 9살까지 이 동네에 살며 소답동 새터의 서당을 다녔다. 서당으로 가기 위해 읍성 동문 밖을 나서면 이원수가 노래했던 울긋불긋 꽃 대궐이 나타난다.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종영(1915~1982)이 살던 집이다.

 

1926년에 지어진 김종영생가(등록문화재 제200)는 소답동 일대에서 가장 큰 집이었다. 이원수는 1980년 한 잡지를 통해 소답리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읍내에서 볼 수 없는 오래되고 큰 기와지붕의 부잣집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소년 이원수가 시에서 표현한 꽃대궐은 마을 인근 천주산의 진달래, 산자락의 복숭아꽃, 살구꽃 그리고 김종영 생가 등 동네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영 생가 본채 별채 분리된 채 현존

 

현재는 안채아래채대문채로 구성된 본채와 사미루(四美樓) 현판이 걸린 별채가 남아있다. 별채는 김종영의 선대가 손님들과 풍류를 즐긴 곳이다. 1994년에 도로가 나면서 본채와 사미루가 분리되고, 그 사이에 아파트가 들어서 마치 별도의 건물처럼 보인다. 생가는 김종영 유가족의 소유로, 평상시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1926년에 지은 김종영 생가

이원수, 김종영 등 걸출한 예술인들의 고향인 이 동네는 조선시대 창원대도호부의 읍성지였다. 지금의 의창구와 마산회원구를 합친 지역의 중심지가 바로 창원읍성이 있던 북동~소답동 일대였다.

 

1477(성종 8)에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둘레 1200m 규모로 지은 읍성은 동서남북 4개의 성문과 우물옹성해자 등으로 축조됐다. 읍성지를 중심으로 김종영 생가와 향교를 거쳐 북동샘에서 남산공원에 이르기까지, 옛 창원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이 거리가 경남도 선정 근대건축문화유산 10개 투어길 중 하나인 창원 역사마을길이다.

 

북동시장 지금도 전통시장으로 이용

 

소년 이원수가 매일 드나들었던 동문 자리에는 현재 소답떡방앗간이라는 간판을 단 오래된 건물이 있다. 반대쪽 서문은 흥한웰가 아파트 입구인 동정동 사거리에 세워진 망미루라는 안내판이 대신한다. 도시화로 건물들이 신축되면서 유적이 대부분 훼손되고 없어졌지만, 해방 이후까지만 해도 흔적이 제법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읍성 서문 자리 인근에 위치한 창원초등학교를 돌면 이원수가 살았던 집터와 북동샘을 만난다. 그가 6살 때까지 살았던 북동 207번지 집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지만, 이원수 성장지라 명명된 표지석이 있다. 북동샘은 창원읍성에 있던 우샘과 좌샘, 대밭샘 등 샘 4곳 중 유일하게 남아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수질도 좋아 부임하는 부사마다 감탄했다고 한다.

 

북동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형성된 북동시장이 창원과 마산 지역민들까지 이용하는 전통시장으로 오랫동안 이어왔다.

 

2001년 현대식 건물로 지어져 소답동의 전통시장으로 이용되는 이 시장은 도시화된 지금도 인근 주민들의 정감어린 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

 

용강고개 폐터널부터 역사마을길 제안

 

읍성 동문지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창원향교를 만난다. 고려충렬왕 2(1276)에 창건했다고 전하나, <창원군지>의 기록에는 조선 상반기로 되어 있다. 향교가 위치한 소답동에서 옛 서문 자리를 지나 큰 도로를 건너면 남산공원에 이른다.지난 1996~1997년 선사시대 취락지 발굴 이후 창원의 역사를 알리고 주민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조성했다.

 

남산유적은 청동기시대에서 삼한시대에 걸쳐 형성된 취락유적으로 창원의 가장 오래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창원읍성 주변 지역에는 역사문화 자원 및 근대문화유산 건축물이 남아 있다.

 

이에 경남도는 문화자산과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의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실시한 근대건축문화유산 보존활용을 위한 경상남도 건축문화유산 DB구축 및 콘텐츠개발 연구용역에서 이곳에 창원 역사마을길을 조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소답동에서 동읍으로 넘어가는 용강고개 아래에는 폐터널이 하나 있다. 경전선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있던 철로였다고 한다. 지금은 철로가 없어졌지만, 창원 역사마을길 초입부로 안내전시관 등으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경남공감 201608[Vol.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