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근대건축문화유산 투어-3]
이승만·장개석 들른 음식점 지금도 옛 건물 그대로
<진해 근대역사거리>
군사침탈 현장•국내 최초 계획도시
벚꽃과 군항제의 고장 진해에는 그 명성 못지않게 진한 근대역사의 잔향이 남아있다. 국권이 침탈당한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아픈 역사도 역사라고 했던가?
1904년 러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군항이 필요했다. 그 대상이 지금도 대한민국 해군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진해다. 군사침탈부터 시작한 일제는 1910년 4월 진해에 군항 건설과 배후 시가지 조성공사를 본격화했다. 그리고 1912년 대체적인 도시 형태를 완성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계획도시는 이렇게 일제 군사침탈의 현장에서 비롯됐다.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뻗은 가로망에서 계획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920년대 당시 수령 1200년으로 추정되는 팽나무를 중심으로 여덟 갈래의 가로망을 조성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이곳이 경남도가 문화자산과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의 보존관리와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근대건축문화유산 60선과 함께 선정한 10개 투어길 중 하나인 진해 근대역사거리다.
일본식 건축물 원형 유지한 채 현존
중원로터리 남북에 각각 남원로터리와 북원로터리가 자리하고, 크고 작은 도로가 거미줄 모양으로 난 시가지는 어디든 쉽게 찾아갈 수 있게 설계돼 있다. 당시 한국인을 강제 이주시키고 만든 시가지라 지금도 곳곳에 일본식 건축물들이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거리를 거닐다 보면 때때로 근대와 현대를 오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4월이면 온 시가지를 아름답게 수놓는 진해벚꽃의 역사도 그즈음 시작됐다.
대한제국을 강점한 일제는 본국과의 연락이 중요해서인지 한일합병 첫해인 1910년 진해에 우편소를 제일 먼저 설치했고, 1912년에 지금의 우체국 청사가 준공됐다. 러시아풍의 단층 목조건물로 현재도 당시 모습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사적 291호)군항도시인 진해와 내륙 간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일본은 1926년에 진해 역사를 건립하게 된다(등록문화재192호). 당시 지방역의 형식과 규모가 온전히 남아있어 건축적 가치가 높다.
클래식 찻집 흑백 100년 전 외관 간직
중원로터리 근처에는 군항마을이라는 테마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진해 근대건축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곳에 있는 진해군항마을역사관에 들러볼 필요가 있다.
1920년에 건축된 적산가옥을 2013년에 군항마을역사관으로 꾸몄다. 건물 자체로서도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근대사를 대변해 주는 350여 점의 기록물과 중요 시설물이 잘 보존돼 있어 기록사랑마을로 국가기록원에 등재됐다.
역사관 옆으로 골목을 돌면 흑백이라는 고전 음악다방이 눈에 띈다. 진해의 유일한 클래식 찻집이었고,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자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한 곳이다. 1912년에 건축된 일본식 2층 목조건물인데, 지금도 100여 년 전 외관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육각모양 지붕을 가진 특이한 외관의 3층 목조건물인수양회관은 당시 유사한 형태의 건축물 3채 중 유일하게 남아있다. 특히 3층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멀리서 봐도 이색적이다.
1912년 지은 건물 지금도 식당 이용
1949년 영해루로 영업을 시작한 중국음식점 원해루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개석 대만 총통을 비롯한 근대기의 명사들이 들렀던 곳이다. 1912년에 지어져 해군 통제부 병원장의 관사로 사용되었던 건물은 원형과 조경이 잘 보존된 채 선학곰탕이라는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다.(등록문화재 193호)
일반인이 살던 모습을 보려면 중평동 일본식 장옥거리로 가면 된다. 6개의 가옥이 나란히 이어진 전형적인 일본식 장옥 형태인 이 건물 1층은 상점, 2층은 주거용으로 사용되었다. 당시에는 장옥이 시가지의 주를 이루었으나 지금은 당시 거리풍경을 짐작할 수 있는 소소한 형태만이 남아있다.
60년 가까이 이곳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 황해당인판사의 정기원(82) 옹은 "우리 아픈 역사의 한 부분이 잊히고,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깝다"며 "그냥 관람만 하는 곳이 아니라 나라사랑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공감 2016년 06월[Vol.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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