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근대건축문화유산 투어-6]
조창 설치와 함께 마산 시발점
<마산어시장 원마산탐방로>
번영과 쇠락 거듭한 마산 역사 담긴 곳
경남 대표 어시장이면서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마산어시장. 마산어시장과 주변 일대는 오늘날 마산의 시발점이자 아직도 마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이곳은 마산의 중심 상권이 일제 강점기엔 일본인 거주지인 신마산으로, 산업화 땐 마산수출자유지역과 한일합섬이 있던 산호동과 양덕동 일대로 옮겨가면서 상대적으로 쇠락했다. 그리고 마창진 통합에 따라 더욱 위축돼 보이는 이 일대는 번영과 쇠락을 거듭한 마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마산은 조선시대 대동법 시행 이후 대동미의 수납과 운반을 위한 조창, 즉 마산창(馬山倉)이 설치되면서 마산포(현 창원시 마산합포구)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한산했던 포구에 조창이 생기자 시장(현 마산어시장)이 들어서고, 상인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시장을 중심으로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돼 오늘날 마산의 기반이 됐다.
1899년 개항 이후 신•구마산으로 구분
마산 도시화의 발원지인 마산창(馬山倉)은 폐지됐던 조창제도(漕倉制度)를 1760년 영조가 되살리면서 세운 경남지역 두 조창 중 하나다. 조선 후기 재정과 군정에 관한 사항을 모아놓은 <만기요람>에 따르면 마산창은 20척의 조운선을 보유하고, 창원(마산)•함안•칠원•진해•웅천 전역과 의령•고성 일부 지역의 세곡과 대동미를 관장했다.
이렇듯 규모와 위상 면에서 근대 이전까지 마산 인근의 최상위 관아였던 셈이다. 마산합포구의 창동(倉洞)이라는 지명도 조창이 있던 곳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1913년 일제에 의해 이 일대 5000여㎡규모의 정사각형 땅에 격자형 도로가 들어서고, 마산창 등 주요 건물들이 모두 헐렸다. 지금은 창동치안센터와 마주보는 SC제일은행 앞 도로변에 조창이 있던 터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석 하나만 놓여 있다.
마산은 1899년 개항과 함께 큰 변화를 맞게 된다. 개항 이후 일본인들이 마산에 이주하면서 마산이 둘로 나뉘었다. 일본인들이 주로 사는 곳은 신마산, 한국인들이 살던 어시장 일대는 구마산이 됐다.
어시장 주변 일본식 건물 지금도 사용
신마산 지역 근대건축문화유산으로는 옛 마산헌병분견대(등록문화재 제198호)가 대표적이다. 마산합포구 315대로 문화동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쇠창살 안 붉은색 벽돌 건물이다. 1926년에 지어져 일제강점기 탄압과 무단통치의 대명사인 일본군 헌병대가 사용했다. 주변에는 그보다 앞서 지어진 일본식 가옥들이 많이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헐렸다.
구마산 일대에는 지금도 상가와 사무실로 사용되는 옛 건물들이 더러 남아 있다. 합포로에서 어시장5길로 들어서면 입구 오른쪽에 붉은 벽돌로 된 2층 건물을 만난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객주가 사용하던 건물이다. 건물 내 종도리에 태세(太歲) 을미년(乙未年)이라는 상량묵서가 확인돼 1895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어 중간에 증개축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1층은 상점과 창고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마산어시장의 역사와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간직한 건축유산으로 평가된다.
골목을 조금 더 들어가면 영남상회라는 간판을 단 목조 2층 건물이 보인다. 1958년 건립된 상가로 일식 시멘트기와로 마감한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마산창 터 중심 전근대•근대•현대 공존
어시장 쪽에서 합포로를 건너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1947년에 지어진 남성동성당이 있고, 주변 반경 300m 안에 적산가옥들이 남아 있다. KB국민은행 옆에 위치한 일본식 목조 기와지붕 건물은 현재 찻집과 식당으로, 산부인과로 쓰이던 3층짜리 건물은 대동설비공사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이다.
옛 조창터를 중심으로 동서북8길, 동서북9길, 창동거리길, 동서북10길, 불종거리로, 오동동문화의거리까지 이어지는 이 일대는 3•1만세운동의 현장이었으며, 우리나라 현대사 최초 민주화 운동인 3•15의거가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ㄴ자로 이어진 창동거리길과 동서북10길 안쪽 골목에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창동예술촌이 자리하고 있다. 마산의 전통으로 유명한 통술집 골목이 위치한 오동동문화의거리에도 마산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문화광장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경남도는 근대건축문화유산 DB구축 및 콘텐츠 개발연구용역에서 이 일대를 마산어시장 원마산탐방로로 명명하고, 근대건축문화유산과 연계한 도내 10개 투어길 중 하나로 선정했다.
/경남공감 2016년 09월[Vol.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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