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생 재부경남향우연합회장】 <경남공감 2015년 9월호>
함양 산골서 풀 베고 나무하던 소년
세계 일류 복합물류기업 일구다
수구초심(首丘初心).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를 때 흔히 쓰는 사자성어다. 고향을 떠나면 더욱 고향이 간절하고, 그리운 것은 인지상정이다. 꿈에도 그립고 아련한 내 고향, 친지와 옛 친구·이웃들의 소식이 궁금하다. 이럴 땐 달려가고 싶은 생각도 불쑥불쑥 든다. 이에 경남도는 '출향인 고향소식 알기운동'을 펼친다. 9월엔 추석이 든 달이다. 추석 즈음엔 고향생각이 더욱 든다. 경남도는 9월에 출향인들을 초청해 도정설명회도 열 계획이다. 이웃에 있어 오히려 서로 관심이 부족했던 재부산 출향인을 만났다. 부산지역 경남 출향인을 대표하는 양재생 재부경남향우연합회장이다.
/ 글 최춘환 편집장 사진 은산해운항공㈜
함양종고 졸업 후 해운회사 취직
부산시 중구 중앙동에 자리한 은산빌딩 9층 은산해운항공㈜ 회장실에서 양재생(58) 회장과 마주했다. 첫 인상부터 이웃집 형님 같다. 항상 웃는 얼굴이면서 편하게 대했다. 고향 사람을 만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취재를 위해 사전에 파악한 정보에서도 그랬지만 인터뷰 중에도 '긍정, 그 중에서도 초긍정 마인드'를 가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부산의 해운회사에 취직한 게 지금 사업을 하고 있는 *포워딩과 연을 맺은 계기다. 그를 눈여겨 본 친척 형의 소개와 추천으로 취직했다. 19년간 근무하고 지난 1993년 은산해운항공을 창업했다. 직장생활에서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로 자신의 사업을 위해 독립한 것이다.
그는 "직장생활 당시 몸이 바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맡은 일은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보다 10배는 더 일했다"고 말한다. 그는 일하면서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고, 불평해본 적도 없다고 한다.
그런 긍정적인 생각 때문일까? 종업원 5명에 3000만 원으로 시작한 그의 기업은 창업 22년만인 지금 4개 회사에 350여명의 종업원을 둔 글로벌 복합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옛 반도호텔 건물 매입 사옥 이전
지난 5월 지금의 사옥을 매입해 이사 오기 전까지 그는 회장실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 회의실 겸 접견실에서 업무를 봤다. 물류업의 특성상 외부 활동이 많은데다 직원들과 언제나 부대끼며 일하는 그의 성격상 집무실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은산빌딩 8층과 9층에 새롭게 둥지를 튼 그의 기업은 은산해운항공㈜을 모태로 영남 물류의 중심인 양산시 어곡동에 본사를 둔 은산컨테이너터미널㈜과 은산수출포장㈜ 등 3개 물류 관련 회사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이들 회사는 인천공항과 인천항에 가까운 인천시 서구 오류동, 신항만과 녹산공단에 가까운 부산시 강서구 송정동 등 여러 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에도 사무소를 운영한다. 중국 텐진을 비롯해 해외지사도 두고 있다. 국내·외로 이렇게 실핏줄처럼 이어진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물류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펼친다.
양 회장은 새 사옥으로 이사 오면서 은산산업개발㈜을 설립했다. 은산빌딩은 예전에 유명했던 부산 반도호텔 건물이다. 15층 건물을 임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다.
중학교 다닐 땐 아침일 해놓고 등교
양 회장은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늘 유지하고 있다. 연 매출이 3000여억 원에 달하고, 전국 4000여 개 동종 기업 중 1위의 자리에 올라선 지금도 '안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정이라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기라고 여긴다. 기업은 생물과 같아 지속적으로 챙기지 않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은산해운항공은 창립 4년만인 1997년 국제금융위기(IMF사태) 때 오히려 2배 이상 성장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타격을 입은 2008년 미국발 국제금융위기인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도 성장했다고 한다.
글로벌기업이 어떻게 국제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성장할 수 있었을까? 양 회장은 '눈물 젖은 빵조차 먹을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환경'이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운 배경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1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홀어머니와 함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소년가장이었다. 10리나 떨어진 수동중학교를 다니면서 아침 일을 해놓고 등교한 적이 대부분이었다. 여름에는 풀을 베고, 겨울에는 나무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한 짐을 할 때 두 짐은 해야 직성이 풀렸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가족이 살아갈 수 없다는 동물적 본능에서 비롯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함양군민의 상'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
양 회장은 자신을 있게 한 고향에 대한 생각도 잊지 않고 있다. 자신의 회사와 고향인 함양 상원마을, 그리고 고향마을 인근 한센인 마을과 자매결연을 하고 설·추석 명절과 어버이날에 선물을 전달한다. 고향마을에 회사 이름을 딴 '은산공원'도 조성했다. 한센인 마을 사람들이 그를 위해 기도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고맙기도 하고, 멋쩍기도 하다.
지난 2010년부터 2년간 재부함양군향우회장을 맡아 3억3000만 원의 기금으로 향우회 장학재단도 만들었다. 이 장학기금으로 부산지역 함양군 출신 향우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고향 함양군에 2013년과 2014년 각각 5000만 원씩 1억 원의 장학금도 기탁했다.
양 회장은 지금까지 받은 많은 상 중 2010년 함양군으로부터 받은 '함양군민의 상'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조상님의 얼이 담겨있는 상이라 감사하고 귀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고향에 대한 그의 애틋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취재를 마치고 나설 때 사무실 직원들에게 인사하자 양 회장은 직원들을 소개하면서 맨 뒷줄의 여직원도 함양 출신이라며 인사시켰다. 고향 사람에 대한 정을 항상 갖고 있는 듯하다.
양재생 회장은 1957년 함양군 수동면 원평리 상원마을에서 태어났다. 5남매 중 맏이다. 상원마을은 인근에 청계서원과 남계서원이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고향에서 수동중학교와 함양종합고등학교를 다녔다. 가정 형편상 고교를 졸업하자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직장생활과 기업경영을 하면서 방송통신대학과 야간대학을 거쳐 동아대학교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한국물류대상 건설교통부 장관상을 비롯해 물류, 수출, 경영과 관련해 16개의 상을 받을 정도로 물류기업인으로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다. 사회활동도 활발해 (사)부산포럼 이사장, 부산시탁구협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부산장애인협회 부산시장상과 함양군민의 상,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 등 수많은 수상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년간 재부함양군향우회장을 맡은데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재부경남향우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부인과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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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뿌리는 경남'... 200만 향우 대표
재부경남향우연합회
재부경남향우연합회는 지난 2010년 창립했다. 연합회는 2009년 이후 시·군향우회장을 맡았거나 맡았던 분들 중심으로 격월로 모임을 갖고 있다. 정기모임에 4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연합회 역사는 길지 않지만 오래전부터 활동해 온 18개 시군향우회의 결속력이 탄탄하고, 부산지역 오피니언리더들 중 경남 출신이 많아 '파워'가 대단하다. 연합회 정기총회에 부산시장이 빠지지 않고 참석할 정도다.
연합회장은 시·군향우회장 출신들이 돌아가며 맡는다. 임기는 1년이다. 초대는 이철훈(거제 출신·대일산업 회장) 회장, 2대 주종기(양산 출신·한민족한마음운동본부 설립총재) 회장, 3대 권영호(산청 출신·대한제강 대표이사) 회장이 이끌었다.
지난해 10월 4대를 맡은 양재생(함양 출신·은산해운항공 회장) 현 회장을 이어 하종수(삼호제강 회장) 의령군향우회장이 5대 회장을 맡는다.
오는 10월 19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정기총회 겸 4·5대 회장 이취임식을 갖는다. 사무총장은 연합회 창립 때부터 산파역할을 했던 전환수(의령 출신·크라운하버호텔 대표이사) 씨가 맡고 있다.
도내 18개 시·군 중 부산과 가까워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김해시만 재부향우회가 없다. 사천시의 경우 사천과 삼천포 향우회가 별도로 결성돼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재부 경남 각 시·군향우회도 18개다.
재부경남향우연합회는 부산시 인구 360만 명 중 경남 출신을 200만 명(55%) 정도로 추산한다. 재부산 경남향우들이 '부산의 뿌리가 경남'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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