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출신 영화배우 최리 씨】 <경남공감 2015년 8월호>
살풀이춤 재능 가진 신인배우
'귀향'서 위안부 아픔 위로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영희'는 어린 무녀(巫女) '은경'에게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영(靈)으로나마 만나게 해달라며 진혼굿을 부탁한다. 할머니가 만나고 싶은 친구는 자신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다 숨진 '정민'이다. 은경은 정민의 혼을 불러내고, 영희와 만나게 한다. 그리고 정민은 고향을 찾아가 자신을 기다리는 엄마·아빠와 만난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의 줄거리다.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이 영화에서 은경은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 글·사진 오기수 명예기자
지난 6월 거창군 고제면과 위천면 일대에서는 영화 '귀향'의 막바지 촬영이 한여름 뙤약볕만큼이나 열기를 내뿜으며 진행됐다. 내리쬐는 햇볕도 아랑곳 않고 촬영에 열중하는 '은경' 역의 배우 최리(20) 씨는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났지만 극중 역할에 깊이 빠져든 듯 한동안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 뒤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난 그는 해맑은 표정의 '이웃 여동생' 같다. 거창에서 나고 자란 그는 이제 막 스크린에 데뷔한 신인배우이지만 종합예술인을 꿈꾸는 한국무용학도다.
그는 거창 샛별초등학교 때부터 남 앞에 서서 발표를 곧 잘했고, 연극부에서 주인공을 맡아 거창국제연극제에서 주연상을 타기도 했다. 거창 아림예술제에서도 상을 받는 등 끼를 인정받았다. 이 같은 예술적 감성과 재능을 쌓을 수 있었던데 대해 그는 무용과 성악, 구연동화 등 다양한 방과 후 활동 덕분이라고 여긴다.
공연예술에 끼를 가진 그는 특히 무용에 소질이 있어 거창여자중학교 졸업 후 국립전통예술학교 무용과에 입학해 어린나이에 부모님 곁을 떠나 서울로 '유학'을 갔다. 하지만 고교 입학 후 큰 좌절을 느꼈다. 그리고 충격도 받았다. "거창에서는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서울에 오니까 진짜 우물 안 개구리였더라고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경쟁력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남몰래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 고교 2학년 때 중앙대 무용콩쿠르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그 성과는 중앙대 한국무용학과 입학으로 이어졌고, 대학에서도 첫 학기에 학과 수석을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고교 3학년 때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 그는 청순하고 예쁜 외모로 포털사이트에서 '진품명품녀'로 불리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 때 우연히 방송을 본 조정래 감독의 눈에 띄었고, 얼마 후 조 감독이 연출한 '두레소리'(2012)의 주인공인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단 '두레소리' 공연에서 운명적으로 만났다. 감독은 캐스팅 제의를 했지만 대학입시를 앞둔 그는 거절했다. 대학입시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얼마 후 중앙대 한국무용학과에 합격한다. 하지만 영화에 강하게 이끌린 그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스스로 공개 오디션에 응모해 당당히 주연배우로 캐스팅됐다. 지난해 영화 '귀향'의 촬영이 시작되자 영화에 열중하기 위해 대학 1학년 2학기를 휴학하기도 했다.
영화 속 무녀 은경은 세상의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동시에 그 아픔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의 영혼을 불러오는 역할이다. 본격 연기 경험이 없는 최리 씨에게는 엄청난 중압감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단절하고 집에 혼자서 자신을 가두어가며 배역에 집중한 탓에 심한 우울증까지 앓았다고 한다.
최리 씨의 주특기는 살풀이춤이다. 고등학교와 대학 입학 실기시험 때도 살풀이춤을 췄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감정표현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속에서도 그의 살풀이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피맺힌 영혼을 모셔오고 치유하는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장면으로 등장한다. 이를 위해 그는 혹독한 춤과 연기연습을 견뎠고, 영화 속에 정성스럽게 담아냈다.
지난해 10월 거창 서덕들 촬영에 이어 지난 6월 고향에서 10여일 간 촬영한 그는 "거창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며 "고향 어르신들의 따뜻한 정과 배려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어린 시절 그는 무용을 잠시 그만둔 적이 있다. 공백 기간 동안 무기력감을 느꼈고, 무용이 너무 하고 싶어 엄마를 졸라 다시 시작했다. 당시 그는 노트에 "나는 무용만 하는 무용수가 되고 싶지 않다. 무용을 통해 여러 가지 예술을 펼치는 종합예술인이 되고 싶다"고 썼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목표를 정했고, 이제야 그 첫 걸음을 내디딘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지난 3월 복학해 대학생활과 영화촬영을 병행했다. 그리고 이제 또래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무용연습도 하는 일상의 무용과 대학생으로 돌아갔다. 여름방학을 맞아 부모님이 살고계신 거창에 온 그는 "부족함이 많지만 종합예술인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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