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풍요롭게/노래따라고향따라

'진주라 천리길' 진주 노래

고룡이 2020. 6. 6. 07:48

[노래따라 고향따라]
'진주라 천리길'과 진주 노래

지역 정서•민족 애환 진하게 담아
격동의 시대 전 국민 심금 울렸다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한 노래는 그 지역의 특성과 정서를 잘 반영한다. 그래서 이들 노래는 당해 지역민과 출향인들에게 향수를 자극하고 동질감을 갖게 한다. 지역을 상징하면서 지역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는 노래들도 있다.
하지만 진주의 경우 이런 노래가 너무 많아 지역 상징과 홍보 측면이 오히려 희석되는 느낌이다. 다만 그 많은 진주 노래들도 지역 정서를 나타내고 향수를 자극하는 측면에선 두드러진다.

진주시청 인터넷 홈페이지 '상징물'에 들어가면 진주의 노래 14곡이 가사와 함께 올라있다. 일제 강점기에 나온 '남강의 추억'(1939년 고운봉 노래), '진주라 천리길'(1941년 이규남 노래)을 비롯해 '쌍가락지' '논개'(1953년 남성봉 노래), '울어라 진주남강'(1968년 박지연 노래), '논개'(1969년 이미자 노래), '진주 처녀'(1970년 나훈아 노래), '촉석루의 하룻밤'(1972년 손인호 노래), '진주성'(1974년 최희준 노래), '논개'(1982년 이동기 노래) 등 제목만 봐도 진주 배경 노래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진주라 천리 길을 내 어이 왔던고/촉석루에 달빛만 나무 기둥을 얼싸안고/아~ 타향살이 심사를 위로할 줄 모르누나"
"진주라 천리 길을 내 어이 왔던고/남강가에 외로이 피리 소리를 들을 적에/아~ 모래알을 만지며 옛 노래를 불러본다"

노래의 제목인 '진주라 천리길'. 예부터 한양에서 길을 떠나는 이들이 하는 말이었다. 서울과 진주 간의 거리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남진주•북평양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남도의 풍류를 아련히 그리워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사에는 진주의 정서와 함께 우리 민족의 애환이 진하게 묻어난다. 진주시청 홈페이지 노래듣기에서 이미자의 애절한 목소리로 '진주라 천리길'을 들을 수 있다. 진주 출신 가수 남인수와 최근에는 김용임도 취입했다.

"진주라 천리 길을 어이 왔던고/연자방아 돌고 돌아 세월은 흘러가고/인생은 오락가락 청춘도 늙었으나/늙어가는 이 청춘에 젊어가는 옛 추억/아~! 손을 잡고 헤어지던 그 사람/그 사람은 간 곳이 없구나~~!"

요즘은 듣기 어렵지만, '진주라 천리길' 원곡의 1절과 2절 사이에 들어있는 대사다. 1941년 발표된 노래는 이 대사로 더 유명했다. 내용은 물론, 가수가 무성영화시대의 변사조로 읊는 대사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진주를 소재로 한 노래는 무수히 많다. '진양강산', '세세연연', '남강은 말이 없네', '내 고향 진주', '추억의 진주 남강', '촉석루의 달밤', '진주의 달밤', '추억의 진주', '은주의 노래' 등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진주 배경 노래뿐 아니라 가요황제로 불리는 남인수를 비롯해 진주 출신 가수와 작곡가, 작사가들도 많다. 1927년 발표돼 한국 최초의 창작가요로 기록된 '강남달'을 작사•작곡한 김서정을 비롯해 베레모와 아코디언이 트레이드마크인 작곡가 손목인, 한국 대중가요의 슈베르트로 불린 작사•작곡가 이재호, 작사•작곡가이자 색소폰 연주자로 유명한 이봉조, 영화음악 부문에서 세 차례나 대종상을 수상한 작곡가 정민섭 등 한국 가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이 진주 출신 대중 가요인들이다.
한국 가요계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고향 진주를 노래로 만들고 부르며 격동의 시대에 전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그리고 방송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악극단과 축음기로 팬들에게 다가가며 한국 가요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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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등축제 열리는 남강촉석루
진주 노래 가사에 단골 등장

진주 시내를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남강과 강가 벼랑 위에 자리 잡은 촉석루의 풍광은 예부터 영남제일이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 남강과 촉석루는 진주 사람들에게 가장 정겹게 다가오고, 다른 지역 사람들도 진주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지명이다.
이를 반영하듯 남강과 촉석루는 진주를 배경으로 한 노래의 가사에 단골로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륙도시 중에는 진주, 해안도시 중에는 통영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도 진주에 남강과 촉석루가 있기 때문이리라.


"물소리 구슬프다 안개나린 남강에서~~~ 촉석루 옛 성터엔 가을 달만 외로이"
- '남강의 추억' 가사 중

"남강이 흘러가는 저 푸른 물결위로~~~ 촉석루 푸른 숲에 오늘도 물새가 우네"
- '촉석루에 우는 새' 가사 중

촉석루를 중심으로 한 남강 일대에서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전투에서 유래된 유등놀이가 개천예술제의 한 행사로 이어져오다 2000년부터 진주남강유등축제로 발전했다.
해마다 10월이면 열리는 남강유등축제는 이제 전국의 축제를 넘어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축제로 도약해 노랫말에 등장하는 남강과 촉석루가 더욱 빛을 발한다.

글•사진 최춘환 편집장
[경남공감] 2014년 10월호(Vol.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