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따라 고향따라-동요 '산토끼'와 창녕】
노랫말·박자 동심 가득하지만 나라 잃은 우리민족 심경 담아
어린이들은 대체로 동물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동물을 소재로 한 동요(童謠)가 많다. 국민동요 '산토끼'도 그 중 하나다. 가정의 달이자 어린이날이 있는 5월. 아이들과 함께 동요 '산토끼'를 부르면서 노래가 탄생된 창녕군 이방초등학교와 학교 앞산 고장산을 찾아 동심(童心)에 빠져보자.
창녕읍에서 합천 방향으로 우포늪 북쪽을 지나가는 1080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이방면사무소가 나온다. 그 뒤편에 이방초등학교가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창녕군 이방면 안리(雁里)다. 이곳에서 80여년 간 우리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동요 '산토끼'가 탄생했다.
'산토끼'는 '귀뚜라미'(김영찬 작사), '다람쥐'(이일래 작사), '노고지리'(이은상 작사), '기러기'(이일래 작사), '오빠생각'(최순애 작사) 등 수많은 동요를 작곡한 고 이일래 선생(본명 부근, 1903~1979년)이 작사•작곡했다.
"이일래 선생은 이방초등학교에 재직 중이던 때 음악에 대한 꿈과 조국을 잃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가끔 학교 앞 고장산에 올랐다. 그러던 중 1928년 낙엽이 수북이 쌓인 가을 당시 한 살이던 장녀 명주를 안고 고장산 기슭 잔디밭에서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 바로 앞에서 두려움도 없이 깡충깡충 뛰노는 산토끼의 모습을 보고 '우리 민족도 저 산토끼처럼 자유롭게 일제의 통치에서 벗어나 나라를 되찾을 수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가락을 흥얼거리다 집으로 돌아와 오선지에 곡을 만들어 적고, 가사를 붙여 '산토끼'를 탄생시켰다."
- 이방초등학교 홈페이지 '산토끼의 꿈' 중에서 -
노랫말과 박자에서 동심이 가득한 노래 '산토끼'가 단순한 동요에 그치지 않고, 일제의 압박에 억눌린 우리 민족의 심경을 담은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일래 선생이 노래를 만든 초기 이 노래는 이방초등학교 전교생이 부르기 시작해 이웃학교를 거쳐 전국으로 널리 퍼졌다고 한다.
어린이들은 '산토끼'에 담긴 깊은 뜻을 알 리가 없이, 또 알 필요도 없이 그저 노래가 좋아 불렀다. 어른들은 동심에 빠지기도 했겠지만, 산토끼로 비유되는 조국을 잃은 마음을 담았다.
더욱이 동요 '산토끼'는 토끼형상을 닮은 한반도 지형과 맞물려 항일사상을 일깨운다는 이유로 일제로부터 수난을 받는다. 이일래 선생도 노래를 만든 자신을 숨기게 된다. 이에 따라 '산토끼'는 한참동안 작사•작곡 미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1938년에 출판된 <조선동요 작곡집> 영인본이 1975년에 발견되면서 뒤늦게 선생의 노래라는 것이 밝혀졌다. 선생이 노래를 만든 동기와 배경, 사연도 알려졌다. <조선동요 작곡집>은 우리나라에서는 홍난파 동요집 다음으로 발행된 소중한 동요집이다.
이일래 선생은 1947년 15년간의 교직생활을 떠나 초대 경상북도 상공국장을 맡는다. 이후 임영신씨가 운영했던 중앙대 관사에 머물다 소장하고 있던 동요집을 6•25전쟁 때 모두 분실했다고 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난 뒤 수소문을 하던 선생은 1975년에야 마산에 있던 친구가 소장한 책을 찾았다. 이 동요집에는 선생이 작곡한 산토끼, 봄노래, 봄, 해바라기, 노고지리, 엄마생각, 아침 등 주옥같은 동요와 성가 21곡이 실려 있다. 21곡 중 '산토끼'와 같이 선생이 직접 작사한 노래가 13곡이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산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 올테야"
우리가 아는 동요 '산토끼' 가사다. 이일래 선생이 처음 만들었던 가사와 차이가 있다. 선생이 지은 당초 노랫말은 "산토끼 토끼야 너 어디로 가나/깡충깡충 뛰어서 너 어디로 가나/산고개 고개를 나 넘어 가아서/토실토실 밤송이 주우러 간단다"이다. 이 원본 가사가 훗날 부르기 쉽고 어감이 편리한 현재의 노랫말로 약간 바뀌었다.
마산 출생인 이일래 선생은 연희전문 3학년을 중퇴하고 고향 마산의 창신보통학교(현 창신중•고등학교)에 교사로 근무하다 1927년 창녕 이방보통학교로 옮겼다. 창신학교 재직 당시 이원수 선생이 작사한 동요 '고향'에 곡을 붙이기도 했다. 지금 마산문학관이 있는 당시 창신학교 인근의 마산 제비산 문학마을 벽화에도 마산 출신이거나 연고가 있는 이은상, 이원수, 천상병, 김춘수, 김수돈, 박재호, 정진업, 임영창 등과 함께 이일래 선생의 작품이 벽화와 함께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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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군, 따오기복원 이어
산토끼공원 조성
<조선동요 작곡집> 발견과 함께 동요 '산토끼'가 다시 관심을 받고, 국민동요로 재평가 되자 창녕군은 산토끼테마공원을 조성했다.
산토끼테마공원 조성사업은 지난 2006년 경상남도 정책공모에 당선되면서 본격 추진됐다. 공원은 '산토끼'노래가 탄생한 이방초등학교 앞 고장산 기슭에 4910㎡ 규모로 조성됐다. 공원에는 토끼 방사장과 체험농장을 비롯해 산토끼를 주제로 한 동요관, 동화마을, 놀이마을, 테마광장, 전시관, 야외공연장 등이 들어서 있다.
산토끼공원은 세계적인 자연습지 우포늪 가까이에 있어 어린이들의 생태탐방 및 스토리텔링 학습장으로 안성맞춤이다. 이일래 선생이 재직한 이방초등학교에도 '산토끼' 노래비와 함께 선생의 주옥같은 동요 노래비가 작은 공원 형태로 조성돼 있다.
경상남도와 창녕군은 산토끼테마공원 조성과 함께 따오기복원사업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우포늪 생태복원 차원에서 우리민족의 정서와 친환경을 상징하는 따오기를 선정한 것이다. 따오기는 동요 '따오기'의 소재로 등장할 만큼 뜸부기와 함께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철새였다. 동요 '따오기'도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의 애환을 노래했다는 이유로 보급이 금지되기도 해 '산토끼'와 같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을 갖고 있다.
/글•사진 최춘환 편집장
[경남공감] 2013년 5월호(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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