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따라 고향따라> 《둘다섯의 노래 '밤배'》
남해 상주 밤바다에 떠 있는 작은 불빛
보리암에서 내려다보고 노랫말 떠올려
'긴 머리 소녀' '얼룩고무신' '눈이 큰 아이' 등의 노래로 7080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남성 듀엣 둘다섯. 고교대학 선후배인 이두진(62)과 오세복(61) 두 멤버의 성 이(둘)와 오(다섯)를 따 팀 이름을 지은 둘다섯은 1970년대 대학생 가수라는 이미지와 감미로운 목소리, 그리고 풋풋한 사랑얘기가 담긴 노랫말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75년 발표한 1집에 실린 '긴 머리 소녀'가 인기곡으로 떠오르면서 대학가와 공단의 여대생과 여사원들 사이에 긴 머리가 유행할 정도였다.
이어 이두진이 노랫말을 짓고 오세복이 곡을 붙인 '밤배'가 히트를 치면서 둘다섯과 그들의 노래는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머리를 기르고, 밤배를 타고 피서를 가는 게 붐을 이루기도 했다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노래 '밤배'는 감성을 자아내는 멜로디와 아름다운 노랫말로 한 때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검은 빛 바다 위를 밤배 저 밤배
무섭지도 않은가봐 한없이 흘러가네~"
"끝없이 끝없이 자꾸만 가면 어디서 어디서 잠들텐가
음~볼 사람 찾는 이 없는 조그만 밤배야~"
거친 바다서 삶 영위하는 어민들의 노래
이렇게 국민애창곡으로 오랫동안 불린 '밤배'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서경적인 가사로 정감을 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애잔한 느낌을 주는 노래였다. 그러다 작사자 이두진이 노래가 발표된 지 32년이 지나 노랫말에 얽힌 사연을 밝히면서 궁금증이 풀리고, 노래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이두진은 지난 2007년 인터넷 팬카페 「둘다섯과 다정한 사람들」에 '밤배 이렇게 만들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1973년 남해를 여행하던 중 금산 보리암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는데, 발아래는 남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상주해수욕장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며 "캄캄한 밤바다에 작은 불빛이 외롭게 떠가는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인상을 그대로 메모해 즉석에서 흥얼거려 보니 어느 정도 노래가 되어 그 다음날 서울로 올라와 다듬어 밤배를 완성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글에서 또 "아직도 보리암에서 바라 본 밤바다의 작은 불빛, 그 밤배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며 "가야할 목적지를 향해 쉼 없이 가야하는 밤배는 거친 바다와 싸우며 삶을 영위해 가는 어민들의 운명이기도 해, 그래서 밤배 노래는 그들에게 바치는 노래이기도 하다"고 했다.
청춘남녀 추억 서린 곳에 노래비 세워
이두진이 뒤늦게 밝힌 노랫말의 사연에 등장하는 금산과 보리암, 상주해수욕장은 많은 사람들이 "남해"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남해의 가장 대표적인 명소다. 특히 보리암에서 내려다보이는 상주해수욕장은 70년대부터 전국의 청춘남녀들이 여름이면 찾아 추억을 쌓은 곳이었다. 남해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이 해수욕장은 빼어난 경관과 주변 명승지가 어울려 요즘은 연중 관광객들이 몰린다. 특히 여름 한철만 해도 전국에서 100만여 명이 찾는 해수욕장이다.
노래 '밤배'의 배경이 상주 앞 바다라는 것이 알려진 2007년 해수욕장의 명칭을 상주은모래비치로 변경한 남해군은 다음해 해수욕장 송림 야영장 쪽에 노래비를 세웠다. 돛대 모양의 삼각형 노래비 상단에 밤배 악보를, 그 아래에 둘다섯의 사진과 함께 노래비를 세운 사연을 기록해 놓았다.
노래비에는 특히 '밤배'를 비롯해 '긴 머리 소녀' '얼룩고무신' '바다' 등 둘다섯의 히트곡 10곡을 담은 음향 장치가 설치돼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곡을 선택하고 버튼을 누르면 해수욕장과 멀리 금산을 조망하며 둘다섯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 <남해 배경 노래>
1966년 이미자의 '남해 아가씨'부터 제목에 아가씨 많이 등장
바닷가나 섬 지역을 배경으로 한 노래에는 제목에 아가씨나 처녀가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남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남해를 배경으로 한 아가씨와 처녀의 원조는 이미자의 '남해 아가씨'(1966)다.
"남해 선창에 기적이 울면 행여나 하고 기다리다 지친 이 몸~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기다리는 여인을 묘사해 당시 시대상을 담고 있다.
이어 이인실의 '남해 아가씨'(1969), 이영아의 '남해섬 아가씨'(1970), 남희의 '남해섬 아가씨'(1972)가 연이어 발표돼 섬 여인의 외로움과 애절한 사연을 노래했다. 1973년에는 그해 개통된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를 노래에 담은 하춘하의 '유자 따는 남해처녀'와 다음해에는 조미미의 '남해 아가씨'가 나와 남해아가씨를 이어갔다. 가까이는 설운도가 작사작곡한 '남해 아가씨'가 있다. 이 노래는 남해군이 군민의 화합과 군의 홍보를 위해 지난 2006년 만들었다.
글•사진 최춘환 편집장
[경남공감] 201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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