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최지나】<경남공감 2016년 8월호>
노래와 봉사, 인연으로 산다
중년의 나이에 데뷔해 '늦깎이 스타'로 서울과 경남을 부지런히 오가며 활동 중인 창원 출신 가수 최지나(55)씨. 늦었다면 늦은 나이에 어릴 적 꿈을 이뤄 각종 무대에 오른다. 요양병원과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 노래하며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즐거움도 선사한다.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제법 잘나가는 가수이자 '봉사하는 가수' 최지나씨를 만났다.
/글 이한나 편집위원
음악 제대로 공부한 14년차 4집 가수
최지나씨는 지난 2010년 4월 정통 트로트곡 '사랑이 별거냐'를 발표하면서 정식 가수로 데뷔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내놓은 첫 정식 앨범인지라 유난히 애착이 간다. 타이틀곡 제목처럼 '가수가 별거냐,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가 마이크를 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데뷔 전까지 7년간 창원지역에서 무명 가수로 활동해왔다. 무명으로 활동한 시간까지 하면 올해로 14년차 가수다. 그래서 데뷔 전부터 응원하고 지켜봐 주는 팬들이 제법 많다.
무명시절에 서러웠던 기억은 딱히 없다고 한다. 노래가 마냥 좋았기에 부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만족했다. 당시에는 취입한 음반이 없다보니 요양병원, 양로원 등 노래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갔다. 굳이 무대가 아니어도 들어주는 사람만 있으면 어디서든 봉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정식 가수가 된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만 "'정규 4집 가수'라는 타이틀이 생기니 예전보다 더 많은 곳에서 노래로 봉사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는 제대로 음악을 공부한 가수이기도 하다. 마산국악원 예은예술단 김영옥 선생으로부터 민요를 기초부터 배웠다. 판소리와 사물놀이, 북도 배워 그의 노래엔 구성진 우리가락이 느껴진다. 여기에다 그의 노래는 따라 부르기 쉽도록 자극적이고 요란한 편곡은 배제하고, 친근한 가사가 특징이다. 정통 성인가요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기교에 욕심내지 않는 편이다.
살림하다 마흔두 살에 늦깎이로 시작
창원 동읍에서 태어난 최지나씨의 어릴 적 꿈은 가수였다. 부산 경남여상 재학 시절 교내 선교단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남다른 실력으로 상도 받았다. 졸업 후 해외에 나가 노래로 선교활동을 벌이고 싶다는 포부도 있었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 열중하다 보니 음악에서 손을 놓고, 스물일곱 살 되던 해 결혼하면서 꿈을 잊는 듯했다.
두 아들을 낳고 가정주부로 살림만 하던 중 산후우울증이 왔고, 이를 달래기 위해 마흔두 살의 나이에 노래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사업가인 남편은 처음에 "무슨 가수냐"며 만류했지만, 노래로 봉사하며 행복해하는 아내를 보며 허락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누구보다 응원하고,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지난 2012년 발매된 2집 앨범 타이틀곡 '내남자'는 남편을 주제로 한 곡이다. '옆에다 두고두고 몰랐어/내 잘난 남자야/겁 없이 잘난척하고 방황하던 나를 사랑한다고 새까맣게 가슴이 탄 남자 (중략) 이제는 당신밖에 안보여/사랑한다 내남자야 내 잘난 남자야'. 가수 박진석의 '천년을 빌려준다면'을 작사·작곡하고, 송대관의 '차표 한장', 나훈아의 '행운' 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사한 조동산 선생이 최씨의 남편을 딱 두 번 만나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라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전업가수로 나설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노래가 좋아 노래로 봉사할 수 있는 곳이면 찾아가 불렀다. 그러다 지역 행사와 자선공연 무대를 통해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레 가수로 활동하게 됐다. 마산·진주교도소, 노인요양병원 등에서 감사패도 수없이 받았다.
'KBS가요무대' 등 중앙무대에도 진출
그가 가수로 데뷔하게 된 데는 노래와 봉사, 인연에 얽힌 좀 특별한 이야기도 있다. 지난 2009년 장애인단체 공연 당시 마산장애인협회 회장이 "노래 한 곡 받아라"라며 '현레코드' 대표이자 DVD 제작전문업체 '현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박현웅 회장을 소개해줬다.
가수 금잔디, 현자, 강진 등이 소속돼 활동한 회사다. 마침 박 회장이 창원 동읍의 창덕중학교 1년 선배였고, 가수 진성이 부른 '안동역에서'를 작곡한 최강산 선생이 데뷔곡이자 첫 앨범에 수록된 '사랑이 별거냐'를 주었다.
2집 '내남자'를 만들어준 조동산 선생은 동료가수가 소개해 줬다고 한다. 3집 '가시'는 지인 동생이 그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작사·작곡가 김영호 선생을 알게 되면서 탄생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녹화 중 만난 김영호 선생이 "내 노래 한 곡 받아라"라면서 곡을 주었고, 가수 신유의 '잠자는 공주'를 작사한 장경수 선생이 노랫말을 붙였다. 4집 '차라리'는 그때 인연을 맺은 김영호 선생이 작사·작곡했다.
그는 이제 도내 지역 축제뿐만 아니라 'KBS가요무대' 등 각종 중앙무대는 물론 남진, 태진아, 남일해 등 유명 트로트가수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한다. 'KBS가요무대'도 항상 후배들을 아끼고, 도와주는 대선배 가수 윤수일의 추천으로 2014년 2월 출연했다. 1950년대 이전 한국 가요계 1세대 명곡을 선정해 구성한 당시 프로그램에서 작고한 가수 진방남의 '꽃마차'로 하춘화 바로 앞의 엔딩무대에 섰다. "신인이 중앙무대, 그것도 가수라면 누구나 서고 싶어 하는 무대에 오르니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이 떨렸다"는 그는 "지나고 보니 큰 무대에 섰던 게 좋은 추억이자 기회였다"고 말한다.
'2016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 대상' 선정
그는 수상기록도 화려하다. 데뷔한 지 1년 만에 한국가요창작협회공로대상 신인가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듬해 한국연예정보신문사가 주최하는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발전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5월 '2016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런 인물 대상'에 선정돼 국회여의도 헌정기념관에서 사회 각 분야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빡빡한 일정으로 바쁜 와중에도 그는 앞으로 노래봉사를 더욱 활발히 해나갈 생각이다. 노래가 좋아 창원·김해·부산 등 복지시설과 요양병원 등을 다니며 봉사한 지 10여 년. 노래봉사 횟수로만 1000회가 넘는다. 3년 전부터는 음악인 봉사단체인 '음악사랑예술단'에 가입해 한 달에 12번, 일주일 3번꼴로 장애인과 독거노인 등에게 노래로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미 지역에서 '봉사하는 가수'로 유명한 최지나씨는 "청중이 무대를 보며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끔 최대한 즐겁게, 활기차게 노래부른다"며 "봉사는 가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중앙 무대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앞에도 자주 서고 싶다. 지역에서 지역 출신 가수들을 많이 챙기고, 사랑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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