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거류산성〉
소가야 도읍지와 함께해온 산성
복원구간 300m 말끔히 단장
국도14호선과 통영대전간고속도로 고성 구간을 지나다 보면 너른들을 만난다. 사방이 산으로 빙 둘러싸인 들판은 예부터 태풍피해가 적어 황금들녘으로 유명한 고성평야다. 들판의 동쪽 고속도로가 기슭을 지나는 곳에 병풍처럼 서 있는 산이 고성의 진산(鎭山) 거류산(巨流山570.5m)이다.
나라의 도읍이나 성시(城市)의 뒤쪽에 있는 큰 산을 진산이라 부르듯이 거류산은 소가야(小伽耶) 시대 고분군인 고성읍 송학동 고분에서 고성평야를 건너 바라보인다. 소가야의 시조가 탄생했다 하여 태조산(太祖山)으로 불렸다고 하나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가라산(加羅山)으로 기록되었고, 거류산이라 불린 것은 조선말부터라고 한다.
이 거류산 정상 남쪽 8~9부 능선에 말끔하게 단장된 성벽이 산비탈을 따라 300여m 이어진다. 고성군이 지난 2006년부터 연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복원한 거류산성(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90호)의 일부 구간이다. 다른 산성에 비해 복원구간이 비교적 긴 성벽 위는 너비가 3~4m에 이르러 거류산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성밟기를 하며 걷기에도 적당하다.
성벽 1400m삼국시대 축성 추정
성벽이 많이 허물어져 원래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복원구간에서 산 정상 쪽으로 뚜렷하게 남아있는 옛 성의 흔적으로 보아 전체 길이는 1400m 정도로 추정된다. 다른 산성들과 마찬가지로 성벽은 자연바위로 된 절벽이 있는 곳은 이를 이용하고, 낮은 곳을 돌로 쌓아 이은 것으로 보인다.
산성은 대체로 산 정상부에서 서쪽 경사면을 성내로 한 모습이다. 거류산의 지형상 성내를 서쪽으로 한 것으로 보아 당동만을 바라보는 동쪽을 경계하여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말에 극성을 부렸던 왜구를 막았다는 말도 전해온다.
향토 역사가들은 소가야의 중심지였던 고성읍성의 축조시기를 감안해 거류산성의 축성 시기를 삼국시대로 추정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거류산성은 신라의 침공을 받은 소가야 왕이 피난했다는 말이 전해오지만, 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별로 없다. 다만 고성 향토수호사(鄕土守護史) 거류산성편에는 거류면의 우뚝한 산봉(山峰)의 좌우로 나란히 솟은 군자봉과 등잔봉 주위를 둘러싼 성으로 2000년 전 소가야의 산성이라 하여 태조산이라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성평야당항포당동만 등 조망
거류산은 높이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모양이 알프스산맥의 마터호른산과 닮았다하여 한국의 마터호른으로 불리기도 한다.
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문암산(459m) 기슭에는 고성 출신 세계적인 산악인이자 영화 히말라야의 실제 주인공인 엄홍길대장을 기념하는 엄홍길전시관이 있다. 고성군은 해마다 가을이 면 이곳에서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거류산 등산축제를 연다.
올해 제6회 축제는 지난 10월 22일 열렸다.
거류산 등산 기점은 산의 남쪽 엄홍길전시관과 당동만이 있는 동쪽의 거류면 당동리, 동해면 쪽인 산 북쪽의 거류면 감서리,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서쪽의 거류면 가려리 등 4곳이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동쪽으로 거제도 안쪽 바다와 가조도를 바라본다. 특히 산정상에서 바라보는 당동만의 형상은 한반도 지형을 닮아 등산객들은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다.
북쪽으로 임진란 때 이순신장군의 해전 승전지 당항포만을, 남서쪽으로는 고성만을 조망할 수 있다. 서쪽으로는 소가야의 도읍지 고성읍과 고성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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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산에서 거류산으로
■전해오는 이야기
옛날 아낙이 부엌에서 밥을 짓다가 밖에 나와 보니 산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라서 산이 걸어간다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움직이던 산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고 한다. 걸어가던 산이라는 뜻에서 걸어산으로 불리다 거류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온다. 믿거나 말거나 한 말이지만 재미있는 전설을 간직한 산이다.
/출처 【경남공감】 2016년 11월호[Vol.44]
/글․사진 최춘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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