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남해 조도·호도
옛 모습 간직한 섬마을
여유로움으로 다가온다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섬, 범이 달려오는 것 같은 섬. 남해군 미조면 미조마을에서 바라보는 조도(새섬)와 호도(범섬)의 형상이다. 한 마을이 두개의 섬으로 떨어져 있어 배를 이용해야만 오갈 수 있고, 조도마을과 호도마을로 나뉘어 불리기도 하지만 주민들은 예부터 이웃사촌으로 살고 있다.
미조항 지척에 있는 2개의 유인도
경남도와 남해군이 다이어트 보물섬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는 남해군 미조면 미조리의 조도와 호도. 조도는 부리 앞에 새 모이처럼 동그랗게 떠 있어 이름 지어진 쌀섬을 비롯해 죽암도, 목과도, 고도, 호도, 애도, 사도 등 1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 가운데 조도와 호도만이 유인도다. 두 섬을 오가는 대중교통수단은 남해섬 동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미조항에서 하루 6회 왕복 운항하는 조도호가 유일하다.
두 섬에는 49가구에 주민 100명이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말인데도 승선 정원이 36명인 조그만 도선(渡船) 조도호의 선실이 여유롭다. 하지만 낚시꾼이 많이 몰릴 때나 여름 피서철에는 제법 많이 찾는다고 한다.
조도호가 조도 선착장 방파제 사이로 들어서자 갈매기가 먼저 맞는다. 섬마을의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다가온다. 조도는 미조항에서 1.5㎞ 정도 떨어져 있어 배로 7분여 만에 닿는 거리에 있지만 아직 전형적인 어촌이다.
지난해 아름다운 어항에 지정된 전국 4곳 중 한 곳인 미조항 바로 앞에 있는 조도는 새가 날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이곳 사람들은 새섬이라고도 부른다. 두 섬 사이 바다를 메워 하나의 섬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큰 섬과 작은 섬으로 나뉘어 불린다.
먼 바다와 가까워 섬 곳곳 낚시 포인트
조도의 동네는 매립지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큰 섬과 작은 섬 자락에 주로 형성돼 있다. 이곳에 큰섬과 작은섬, 호도를 통틀어 사람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 전기는 물론 선착장과 방파제, 해저송수관 등 각종 시설이 정비되어 있어 크게 불편한 게 없다.
마을 사람 대부분은 어선어업에 종사한다. 섬 주변바다에는 돔과 장어, 문어, 볼락 등이 많다. 특히 이곳에서 잡히는 멸치는 다른 멸치보다 기름이 많고 크기가 작아 고급으로 쳐준다. 겨울에는 물메기와 털게도 많이 잡힌다.
선착장에서 통발을 손질하고 있는 강남열(68)씨는 조도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한다. 봄과 여름에는 장어, 가을과 겨울에는 낙지와 문어를 주로 잡아 내다판다. 이렇게 어선어업을 하면서 4남매를 키웠다. 아내와 함께 노모를 모시고 살면서 지금도 뱃일을 한다.
조도 작은 섬 동네 뒷산에는 밭이 잘 가꾸어져 있다. 마늘과 시금치배추무를 심어 밥상에 올리고 조금씩 내다팔기도 한다. 밭 사이로 난 청심길을 따라 언덕배기를 넘으면 갯바위 낚시하기에 좋은 곳이다. 조도 선착장 방파제에도 낚시하기 좋도록 철제 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이렇듯 조도와 호도는 섬 곳곳이 낚시 포인트다. 섬은 미조항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지만 미조면 자체가 남해섬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먼 바다와 가깝기 때문이다.
집과 담장마을길은 옛 모습 그대로
조도 큰 섬에는 섬사람들이 오가던 옛길을 비롯해 운치 있는 탐방로가 제법 잘 조성돼 있다. 큰 섬 한가운데 가장 높은 지점인 장산곶에 올라서 북쪽으로 미조항을 바라보면 그 너머에 망산과 금산이 내려다본다. 동쪽에는 두미도와 욕지도, 남쪽에는 목과도와 호도 너머 남해바다, 서쪽으로는 멀리 여수반도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조도어촌계가 운영하는 조도어촌체험센터에서 숙박한다면 20~30분 만에 오를 수 있어 해가 뜨고 질 때 장관이라는 장산곶의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
새의 부리에 해당하는 큰 섬 동쪽에는 폐교된 미조초등학교 미남분교 터를 중심으로 10여 가구가 남아있다. 미남분교는 한 때 본교일 정도로 학생 수가 많았다고 한다. 동쪽으로 죽암도를 바라보는 바다 언덕배기에 형성된 촌락은 아직도 옛 섬마을 그대로다. 집과 담장, 마을길, 고목 등의 모습은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듯하다. 다이어트 보물섬으로 개발하면서 그 모습을 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 아래 해안에는 백사장이 펼쳐지고, 그 양쪽으로 갯바위가 날개를 펼치듯 형성돼 있어 낚시하기에 좋다. 왼쪽으로 죽암도, 오른쪽으로 쌀섬이 호위하는 백사장 바로 앞바다에서 자맥질하는 물고기를 종종 볼 수 있다.
미조항을 바라보는 큰 섬 북쪽 선착장에도 조도호가 들러 접근하기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오뉴월의 한적한 어촌 모습을 즐기며 낚시하기에 좋아 보인다.
섬마을 분교 이야기는 영화의 한 장면
호도는 조도에서 배를 타고 다시 7분여를 더 간다. 선착장이 있는 섬 서쪽 해안 좁은 곳을 제외하고는 바다와 접한 섬 둘레 대부분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예부터 물이 많고, 땅이 비옥해 선착장 위 언덕위에 마을이 형성돼 있다. 나이 많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200여m 길이의 모노레일이 놓여있어 이채롭다.
지금도 14가구에 25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호도에도 폐교 터와 학교건물이 남아있다. 마침 호도 출신인 조도호 선장 이길호(54) 씨로부터 듣는 섬 이야기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 선장은 집 앞 학교에서 6년간 한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다. 섬마을선생님은 당시 미남초등학교 호도분교에서 20~30명 정도였던 전교생을 혼자서 가르쳤다고 한다.
공부하고 직장생활을 하느라 오랫동안 섬을 떠나 있었던 이 선장은 장년이 되어 섬사람들의 손발인 조도호의 키를 잡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조도호 선장을 맡아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해양경찰에서 24년여 근무하고 명예 퇴직한 베테랑이라 섬사람들이 든든해 한다.
호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선장은 고령화된 어촌에서 섬사람들의 젊은 심부름꾼이기도 하다. 해양경찰을 그만두고 귀향하자 호도마을에 혼자 사시는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셨다. 그래서인지 여든 일곱인 어머니의 건강이 예전보다 많이 호전됐다고 한다.
<조도호도 뱃길>
미조항에서 조도와 호도를 하루 여섯 번 오가는 도선 조도호는 미조남항 남해군수협 앞 선착장에서 오전 7시 30분부터 출발한다. 오전 8시 30분 출항하는 배는 미조-호도-조도 작은섬-조도 큰섬-미조 순으로 운항한다. 그 외 시간에 출항하는 배는 미조-조도 큰섬-조도 작은섬-호도-미조 순이다.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배가 있어 당일치기 낚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경남 섬 관광 랜드마크로
남해 다이어트 보물섬 연말 착공
경남도와 남해군은 조도와 호도를 치유의 섬으로 만든다. 남해 다이어트 보물섬 조성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3년간 추진한다. 국비와 도비를 포함해 236억 원을 투입한다. 두 섬의 전체 면적 86만3750㎡ 중 19만㎡가 사업에 포함된다. 인공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옛 섬마을의 모습을 활용해 관광객들이 휴양하면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조도에는 다이어트센터, 치유의 숲, 탐방로(Blue Load), 전망쉼터, 방문자센터 등이 들어선다. 호도에는 탐방로(Sky Walk)와 전망대, 명상원 등을 조성한다. 민자 유치를 통해 휴양콘도미니엄과 빌라형펜션 등 도내 처음으로 섬에 대형 숙박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경남도는 미래 50년 사업으로 추진하는 남해 다이어트 보물섬이 조성되면 경남 섬 관광의 랜드마크로 떠올라 국내관광객 뿐만 아니라 요우커 등 해외관광객이 찾는 국제적인 해양관광 휴양지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남공감〕 2015년 06월호[Vol.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