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순례】합천 악견산성
【산성순례】 합천 악견산성
임진왜란 때 왜적 물리친 이야기 간직
합천호반 둘러싼 절경 중 한 곳
‘水려한 합천’이라는 합천군의 브랜드슬로건에서 보듯 경남 북부에 위치한 합천은 산자수려(山紫水麗)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산청거창군과 경계를 접한 합천 서부 지역은 1988년 다목적댐으로 건설된 합천호와 어우러져 더욱 산자수명(山紫水明)하다.
합천 서부의 중간이자 댐이 위치한 합천호 남반부를 빙 둘러싼 대병면은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으로 장식한 황매산(1108m), 허굴산(681.8m), 금성산(592m), 악견산(634m)을 품고 있다. 이들 산은 합천호반을 호위하듯 병풍처럼 둘러싸며 절경을 이룬다.
합천읍에서 서쪽으로 15㎞ 정도 거리에 자리 잡은 악견산은 서남 쪽 바로 옆의 금성산, 남쪽의 허굴산과 함께 합천 3산이라 불린다. 험준한 바위로 이루어져 산세가 험하고 조망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명산이다.
합천댐에서 황강이 흘러가는 동쪽 방면에 손에 잡힐 듯이 보이는 악견산은 임진왜란 때 왜적을 물리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야기는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는 악견산성과 함께 전해온다.
조선시대 산성 축조기법 연구자료
악견산 정상을 둘러싼 악견산성은 1469년(예종 원년)에 편찬된 <경상도속찬지리지>에 따르면 1439년(세종 21년)에 쌓았다고 한다. 또 1481년(성종 12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악견산성은 돌로 쌓았는데, 둘레가 2008척(약 660m)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후 임진왜란때인 1594년(선조 27년)에 곽재우 장군이 성주목사로 있으면서 도체찰사 유성룡의 지시로 보수했다고 전한다.
퇴뫼식 산성으로는 축성시기가 비교적 가까워서인지 성벽은 일부 허물어진 곳도 있으나, 현대에 이르러 정비하지 않았는데도 암벽을 중간중간 잇는 능선에 성곽의 흔적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다. 1999년 경상남도 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됐다.
성벽의 기단부는 산 능선 비탈에 의지하여 돌을 쌓는 산탁(山托) 공법으로, 윗부분은 양쪽을 돌로 쌓고 안쪽을 돌로 채우는 협축(夾築) 공법으로 쌓았다. 지금도 보존이 잘된 곳은 높이 2.7m 정도로 성벽이 남아있다. 조선시대 산성 축조기법이 잘 나타나 있어 이 분야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는 자료다. 산 정상 부근 평지에는 건물터 흔적도 보인다.
기암괴석 오르는 길 합천호 등 조망
합천 3산 모두 정상 부근의 기암괴석과 산 아래에서부터 7~8부 능선까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 높지 않지만 가까이는 합천호와 황매산을 비롯해 굽이굽이 이어진 산을 조망할 수 있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전문 산꾼들은 이들 3산과 비슷한 산세를 가진 악견산 동쪽의 의룡산(481m)까지 종주하기도 한다. 3산에서 합천호를 조망한다면 의룡산은 황강 조정지댐이 북동쪽 산자락을 둘러싸고 있어 역시 산수를 겸비했다. 조정지댐 북쪽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합천영상테마파크가 있다.
악견산 산행기점은 합천호 주차장 바로 아래와 합천호관광농원에서 합천영상테마파크 방향 350여m 지점, 이곳에서 조금 더 지난 악견산가든 부근,더 나아가 용문교 부근 등 네 곳이다. 이 가운데 합천호와 황매산 등 주변산군을 조망하기 좋은 등산로는 합천호 주차장과 관광농원 부근 기점으로 오르는 길이다.
두 기점 모두 주차장에서 멀지 않아 한 곳으로 올라 다른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으면 산성을 좀 더 관찰할 수 있고, 주변 경관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등산로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가다 7~8부 능선부터 대체로 성벽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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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로 왜적을 물리치다
<전해오는 이야기>
악견산성은 임진왜란 때 권양, 박사겸, 박엽등 합천의 의병이 이 일대 백성들과 함께 왜적을 맞아 치열하게 싸운 근거지였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성을 쉽게 함락하지 못한 왜적이 장기전을 꾀하자 의병들이 인근 금성산 바위에 구멍을 뚫어 악견산과 줄을 매어잇고, *전립을 씌우고 붉은 옷을 입힌 허수아비를 매달아 달밤에 양쪽에서 당기며 오가게 했는데, 그 모습이 흡사 하늘에서 신이 내려와 다니는 것 같았다고 한다. 이를 본 왜적이 홍의장군이 우리를 전멸시킬 것이라면서 겁에 질려 패주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의령에서 창의(倡義)해 합천을 비롯한 경남 일대를 누빈 곽재우 장군을 왜적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붉은 옷을 입은 장군이라는 뜻으로 지칭한 천강홍의장군(天降紅衣將軍)이라는 말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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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戰笠) 조선시대 병자호란 이후로 무관이나 병사들이 쓰는 전투형 모자를 이르던 말
<경남공감> 2016년 08월호[Vol.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