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풍요롭게/가볼만한 곳
창원 용호동 카페거리
고룡이
2017. 10. 19. 10:57
【창원 용호동 카페거리】<경남공감 2013년 12월호>
도심 속 교외 분위기·이국 풍취 연출
갤러리와 카페 어우러져 분위기 살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누군가와 차 한잔을 나누며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은 계절이다. 여기에다 문화와 예술을 곁들이면 마음이 한결 평화롭고 따사로워질 것 같다. 동네 가까이에 그런 곳이 있으면 더욱 좋다. 요즘 동네마다 잘 꾸민 카페가 들어서는 게 유행이다. 카페거리가 형성되는 도시들도 많다. 카페와 문화예술이 융합된 갤러리카페도 눈길을 끈다. 서울에는 인사동, 삼청동, 신사동, 서래마을, 홍대앞 등 유명한 카페거리가 많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동카페거리와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카페거리도 이름나 있다. 도내에도 이들 못지않은 카페거리가 있다.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가로수길을 끼고 이어지는 주택가에 자리 잡은 카페거리다. 이 카페거리는 도심에 있으면서도 교외 분위기와 이국적인 풍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글·사진 최춘환 편집장·이한나 편집위원
로스터리카페 중심 3년 새 20여개 입점
용호동 카페거리는 롯데아파트 뒤와 용지동주민센터로 이어지는 용지로239번길 주택가에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옛 도지사관사였던 '경남도민의 집' 사거리를 지나 외동반림로 248번길까지 이어진다. 용지로239번길의 이면도로인 용지로 245번길과 그 중간 중간 이어지는 샛길에도 카페가 들어서 가로수길 주변 용호동 일대가 카페거리 모습을 갖추고 있다.
2009년경부터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한 이곳에는 지금 20여개의 카페가 영업하고 있다. 그것도 한때 유행하던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아니라 매장에서 직접 커피를 로스팅하는 로스터리카페가 대부분이다. 커피 한 잔 나누는 여유에다 맛과 멋까지 곁들인 카페들이다.
이들 카페는 또 단순히 커피만 판매하는 커피전문점에 머물지 않는다. 대부분 버거와 토스트,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브런치카페다. 여기에다 들꽃과 그림을 전시하는 갤러리카페가 있는가하면, 빈티지(vintage) 오디오를 갖춘 음악카페 등 예술을 접목한 형태의 카페도 있다. 일부 카페는 약식 세미나룸을 갖추고 독서모임이나 스터디그룹이 미팅을 할 수 있어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이다.
롯데아파트 뒤편부터 남산교회까지 확대
용호동 카페거리의 중심축은 경상남도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부터 롯데아파트 뒤편과 용지동주민센터 맞은편을 끼고 경남도민의 집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용지로239번길이다. 이 길에는 'cafe viva'를 비롯해 '갤러리 이강' '리베카페' 'GAROSOO' 'THE SHABAT' '어바웃제이' 'cafe7gram' '엔제리너스' 'Lat25' 'Albeto' 등의 카페가 이어진다. 이 거리의 마지막 부분에 위치한 '갤러리 세솜'이 카페거리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용지로239번길 이면도로인 용지로245번길에는 카페 'HaU'와 '소리고을'이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두 길을 연결하는 샛길에는 'coffee cup' '다호리' '다향' 등의 카페와 찻집이 사이사이 위치해 이 일대의 카페거리를 연결한다.
이곳에 카페거리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경남도민의 집 사거리 모퉁이에 위치한 '김태홍 갤러리'에서 남산교회 쪽으로 이어지는 외동반림로248번길에는 카페 '오로라', 카페를 겸한 수제초콜릿 가게 '미카' '카페 디아떼' 등이 자리해 카페거리가 확대되고 있다.
용호동 카페거리는 술을 팔 수 없는 지역이다. 그래서 가족단위나 연인들이 오붓하게 시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유일하게 와인을 취급하는 곳이 있다. 수제버거 전문점 'THE SHABAT'다. 하지만 이곳도 카페에서 와인을 마실 수는 없다. 소매로 판매만 한다.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는 와인장터를 열기도 한다.
세미나룸 갖추고 모임·회의용으로 제공
용호동 카페거리에서 눈에 띄는 곳은 갤러리와 카페를 접목한 '갤러리 이강'. 이곳에 가장 먼저 입점한 한 로스터리카페가 얼마 전 문을 닫으면서 두 번째로 오픈한 이곳이 사실상 원조격이다. 들꽃아티스트이자 도예가인 임인애씨가 직접 설계하고 인테리어하면서 집을 지어 2010년 문을 열었다. 가로수길과 접한 입구 야외 정원을 비롯해 실내까지 들꽃작품들이 커피향과 어우러진다. 임씨가 직접 만든 도자기도 실내를 장식하고 있다. 카페 벽면에는 작가들의 그림과 사진이 연중 전시되는 갤러리 카페다.
카페 'HaU'는 창원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포함해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기업 형태로 운영한다. 종업원 중에 결혼이주여성도 있다. 이곳은 세미나룸이 다른 곳보다 크고 모임을 갖기에도 좋게 꾸몄다. 이런 특징을 살려 매월 2주와 4주째 토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영어회화 스터디모임을 한다. 주제는 그때그때 사회적 이슈를 정해 한두 사람이 발표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토론으로 진행한다.
한번에 20여명이 모이는 스터디 참가자들은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미국, 영국, 호주 등 출신지가 다양하다. 한국인으로는 대학생과 주부를 비롯해 중·고등학생도 아빠·엄마와 함께 참여한다. 참가자격은 특별한 제한이 없다. 다만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최소한 듣기는 가능해야 한다. 별도의 참가비는 없으며 당일 찻값만 내면 된다.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다. 한국문화와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참가자들의 나라 문화 등에 대해 많이 다룬다. 자연스럽게 각국의 문화를 공유한다.
거리 활성화되면서 생활주변 상권 형성
사람이 모이는 곳에 상권이 형성된다. 용호동 카페거리에는 카페 외에도 생활 주변의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것은 단연 먹거리다. 카페와 주택가 사이사이에 식당들이 입점해 브런치로 배를 채우기에 부족한 인근 직장인들과 카페거리를 찾는 시민들을 불러 모은다. 그 중에는 토속적인 인테리어를 한 칼국수집과 카페 못지않은 분위기를 연출한 국수집도 있다. 동남아시아 음식을 메뉴로 하는 체인점 아시안레스토랑이 입점을 위해 한창 공사 중이다.
이밖에도 미용실, 꽃집, 디자인이 아름다운 그릇가게, 한복집, 애견미용숍을 비롯해 중고서적과 희귀도서를 판매하고 대여하는 서점, 사주와 관상을 보는 철학관까지 들어서 카페거리를 더욱 분위기 있게 만들고 있다.
청년 8명이 평생직장을 만들자는 차원에서 투자한 마을기업 형태의 꽃집 '래예플라워디자인'도 그 중 한 곳이다. '래예'는 4명이 상근하면서 꽃 장식과 꽃꽂이 강좌를 열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가게 안쪽에 '티하우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가게 플로리스트 박하늘씨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벤치마킹해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렇듯 용호동 카페거리는 젊은 창업가들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젊은 창업가들의 삶의 현장·프리마켓도
이곳에 '누리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석서영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목공을 취미로 배우다가 지난해 이곳에 목공방을 열었다는 그는 용호동 카페거리의 한 풍경으로 자리 잡은 '가로수 프리마켓(Free Market)'을 주도하고 있다.
그의 공방앞 거리에서 매월 둘째 주 금·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펼쳐지는 프리마켓은 지난해 6월에 시작해 이번 달 15회째를 맞는다. 너무 춥고 더운 1·2월과 8월에는 쉰다. 나오는 물건은 대부분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아무래도 여성고객이 많아 머리핀, 목걸이 등 장식품과 퀼트, 애완견 옷 등 생활용품들이다.
프리마켓 참가자는 수시 모집하고, 1회 참가비는 1만원이다. 참가비는 청소 등 공통경비에 쓰고 절반 정도를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SOS위기가정 지원, 장애우돕기, 적십자사 등에 정기 후원한다. 처음 4팀으로 시작한 프리마켓에 요즘은 1회 평균 20여팀이 참가한다. 프리마켓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인근 가게에 입점한 팀도 12개에 이른다.
석씨는 "체계적인 프리마켓은 우리 지역에서 처음으로 알고 있다"며 "홍대 입구 핸드메이드 프리마켓을 보고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로수 프리마켓' 참가신청은 전화 010-5144-6535 또는 인터넷 카페 http://17-17.oh.to, 메일 nuridolls@naver.com에서 받는다.
가로수와 공원 어우러진 도심 속 휴식공간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소재 경상남도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경남도민의 집' 사거리까지 도로가 용지로239번길이다. 여기서 경남도민의 집 잔디밭을 끼고 반림동 남산교회까지 이어지는 길이 외동반림로248번길이다. 직선으로 이어진 두 길 전체 길이가 780m에 이르는 이 길 양쪽에 높이 20m 정도의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서 있다.
이곳의 메타세쿼이아는 창원시 도시기반시설이 완공되고 가로를 조성하던 1980년대 초반에 심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곳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는 침엽수이면서도 낙엽수라 계절에 따라 분위기가 완연히 다르다. 봄이면 새 잎이 나기 시작해 여름엔 무성한 가지와 잎으로 원뿔 모양의 수형(樹形)을 하고 그늘을 만든다. 잎은 가을이 깊어가면서 노란색을 띠기 시작해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요즘엔 붉은 갈색을 띠고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조금 더 지나 잎이 떨어지면 가지가 촘촘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대열이 주변 건물과 어울려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국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더러 있지만 창원 용호동처럼 도심 한가운데 조성된 곳은 드물다. 가로수길을 끼고 용지어울림동산 공원과 식물원이 있는데다 성산아트홀과 용지공원, 도심 속 호수인 용지호수가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도심 한복판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거리"
'갤러리 이강' 대표 임인애씨 예찬
용호동 카페거리의 원조격인 '갤러리 이강' 대표 임인애(60)씨는 용호동 카페거리 예찬론자다. 그는 "서울에도 유명한 카페거리가 많지만 여기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끼고 있는 곳은 드물다"며 "용호동 카페거리는 전국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아름다운 장소"라고 강조한다.
그는 창원대 평생교육원 들꽃강좌에 출강하면서 창원과 인연을 맺었다. 수강생들과 차를 마시러 다니다 창원은 잘 정비되고 매우 살기 좋은 도시인데 반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시민들이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갤러리 이강'은 그렇게 선보이게 됐다. 서울 인사동과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건물 구상과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 카페 디자인은 경기도 파주시의 '헤이리예술마을'을 벤치마킹했다. 오픈 당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이강'을 비롯해 용호동 카페거리는 창원의 명소로 우뚝 서있다고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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