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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로 가는 길' 따라 주말나들이 해볼까

고룡이 2021. 11. 13. 22:59

'삼포로 가는 길' 따라 주말나들이 해볼까

그곳엔 허황옥·조선도공 이야기도 담겨있다

 
창원시 진해구 행암마을에서 안골동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아름다운 포구와 개발의 현장이 번갈아 나타나며 이어진다. 강은철이 노래한 <삼포로 가는 길>과 가락국 초대 김수로왕의 부인 허황옥,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도공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침저녁에는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한낮엔 맑고 높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이 나들이를 재촉하는 늦가을. 도심에서 가까워 주말 나들이하기에 좋은 진해 해안도로와 그 주변을 돌아본다.
 

행암마을 한낮 풍경 고요함 그대로

창원시 진해구 시가지 동남쪽 끝에 자리한 작은 포구 행암마을의 늦가을 한낮 풍경은 고요함 그대로다. 선착장 방파제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의 모습과 은빛물결이 오버랩되면서 적막감마저 감돈다. 건물 외관이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카페와 포구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고개 너머에는 밤이면 카페 불빛이 아름다운 수치마을이다. 수치마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서 바다 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횟집을 포함해 10여 가구가 있는 마을 위 산자락의 표지석이 눈길을 끈다. 임란 때 이순신 장군이 승리한 2차 해전인 합포해전을 기념하기 위한 표지석이다. 그래서인지 난중일기에 학개마을로 나오는 이 마을은 합포마을로도 불린다. 1592년 7월 7일(음력) 임란 최초의 해전인 옥포해전에서 승리한 장군이 거제 영등포 앞 해상에서 전열을 정비하던 중 왜적선을 발견했다는 첩보를 받고 그날 저녁 무렵 이를 격파했다. 이로써 경상도 바다로 서진하던 왜적은 당시 웅천으로 불리던 지금의 창원시 진해구 웅천동과 웅동 일대에서 발이 묶인다. 그리고 그 흔적은 이 일대 곳곳에 산재한 왜성터와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도공들의 삶터였던 웅천도요지로 남아있다.

  

120m 높이 해양솔라타워 전망대 장관

수치마을에서 STX조선소를 돌아 또 한 고개를 넘으면 연륙교와 연결된 섬 위에 돛대 모양으로 우뚝 솟은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국내 최대 신재생에너지 랜드마크로 건립된 창원해양솔라타워다. 타워는 통합 창원시 이전 진해시가 해양공원으로 조성한 음지도에 남해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다. 전체 높이 136m인 이 타워의 전망대(지상 120m 높이)에 오르면 동쪽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남쪽으로 거가대교와 남해바다, 서쪽으로 진해시가지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타워는 12층과 전망대를 제외하면 철제 골조로 이루어져 가운데가 텅 빈 구조물 형태다. 남쪽 외벽에 1500여개의 태양열 집열판을 부착해 놓았다. 타워 사무동 옥상의 집열판 500여개를 포함해 2000여개의 집열판이 해양공원과 솔라타워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공급한다.

음지도에서 조금 떨어진 우도는 인근 소쿠리섬과 어울려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해전사체험관, 군함전시관, 해양생물테마파크가 있는 해양공원은 우도와 보도교로 연결된 후 주말 나들이코스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배를 타고 건너는 소쿠리섬은 캠핑족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삼포마을 넘어 글로벌테마파크 예정지

해양공원에서 육지 쪽으로 바라보이는 명동마을에서 해안도로는 고개를 넘어 강은철이 노래한 <삼포로 가는 길>의 배경인 삼포마을로 이어진다. 인근 지역에 공원과 개발현장이 들어서 있건만 조그만 포구 삼포마을은 여전히 고즈넉함을 간직하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와 가을 하늘의 구름이 노랫말에 나오는 굽이굽이 산길 걷다보면과 아~ 뜬구름 하나를 연상케 한다.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에서 부산 방면으로 더 나아가면 제덕마을 선착장과 수도 사이의 광활한 매립지가 펼쳐진다. 경남도가 역점 추진하는 글로벌테마파크 예정지 웅동지구다. 작은 섬 수도와 인근 송도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웅동지구에 포함되면서 지금은 육지가 됐다. 옛 이야기와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이곳이 경남미래 50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또 다른 역사를 만들고 있다.

웅동지구에서 고개를 넘어서면 나타나는 큰 도로는 새로 난 진해~부산 간 국도2호선이다. 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북쪽은 웅천읍성이 자리한 성내동, 남쪽은 경제자유구역 배후도시로 건설되는 남문지구다.

국도 2호선을 뒤로하고 남문지구의 정리된 택지지역 도로를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해돋이로도 이름난 흰돌메공원이 나온다. 흰돌메공원에 올라서면 남쪽에 경제자유구역 웅동지구가 광활하게 펼쳐지고, 그 옆으로 신항만의 크레인이 열병하듯 서 있다.

<황포돛대> 배경 아름다운 해안 간직

길은 이미자가 불러 인기를 끌었던 노래 <황포돛대>의 배경이자 지금도 아름다운 해안선을 간직한 영길해안도로에서 황포돛대 노래비와 영길마을을 지나 건너편 안성마을로 이어진다. 안성마을 포구도 아직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서 고개를 넘으면 부산과 경계에 위치한 용원 시가지가 펼쳐진다. 인근 녹산공단과 부산신항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용원은 상전벽해라고 할 만큼 옛 모습을 보기 어렵지만 주변에 역사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용원 남쪽 신항과 사이에 위치한 산 정상의 안골왜성은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발이 묶인 왜 수군의 본거지였다. 지금도 남쪽에는 신항, 북쪽에는 안골만이 바라보이는 정상부근에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75호로 지정된 성터가 남아있다. 안골만 어귀에는 조선시대 배의 수리와 보수, 군사 물자의 하역 등을 목적으로 세운 군사시설인 진해안골포굴강(鎭海安骨浦掘江경상남도 기념물 제143호)이 있어 신항으로 도약하는 이곳이 우연은 아닌 듯하다.

이곳 해안 도로변에는 굴 구이를 주 메뉴로 하는 포장마차가 늘어서 겨울이면 식도락가들이 많이 찾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굴강(掘江)이라는 지명이 굴과 연관된 것으로 잘못 이해하기도 한다. 신항이 건설된 이곳 바다는 예전부터 굴양식으로 이름난 곳이기도 하다.

 

웅천도요지김달진생가도 볼거리

용원과 녹산공단 사이 바다에 잡목으로 뒤덮인 조그만 섬을 망산도라고 한다. 섬이라지만 바다매립으로 육지와 연결돼 있다.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가락국 초대 김수로왕의 왕비 허황옥이 배에서 처음 내린 곳이다. 이 섬에서 동남쪽 70m 떨어진 해상의 바위섬을 유주암이라고 하는데, 허태후 일행이 타고온 배가 뒤집혀 만들어졌다고 전해온다.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고 조금 시간이 남는다면 경제자유구역 두동지구 동쪽 산자락에 있는 웅천도요지전시관과 웅동1동 소사마을의 김달진생가문학관, 그리고 김씨박물관을 둘러볼만하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된 웅천도요지는 조선시대 전기 분청사기를 주로 제작했던 가마터다. 잘 알려졌듯이 이곳에서 조선 도자기의 꽃을 피웠던 조선도공이 임란 때 왜로 끌려가 그 후손이 일본 도자기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찬란한 도자기예술의 고장이자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도요전시관에서 진해시가지 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개발의 와중에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작은 마을이 있다. 진해가 낳은 시인 월하 김달진생가와 김달진문학관, 그리고 김씨박물관이 있는 소사마을이다. 정감이 묻어나고 사진 찍기에도 좋아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는다.

 

글사진 최춘환 편집장

경남공감 2014년 11월호[Vol.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