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통영 두미도
통영 두미도
섬사람들 둥글둥글 어울려
바닷가 바위처럼 살아간다
시인 이선영은 「섬」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두미도(頭尾島)를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섬이라고 했다. 시인 23명이 오지를 탐험하고 쓴 글을 엮은 <시인의 오지 기행-고요로 들다>라는 책에서 이종만은 두미도를 사람들이 바닷가의 바위들처럼 파도와 바람에 꿋꿋하게 맞서면서도 둥글둥글 동화해서 살아가는 섬으로 묘사했다. 시인 이생진은 「여보세요-독도」라는 제목의 시에서 내 평생 돌고 돈 섬 천개 중 독도가 제1호라면 두미도는 천 번째 섬이라고 했다.
경남공감 2015년 03월호[Vol.24] 글.사진 최춘환 편집장
한평생 섬을 소재로 시를 써온 원로시인 이생진의 「공연히 전화를 걸고 싶다 - 두미도」라는 제목의 시에 두미도의 정취가 잘 나타나있다.
공연히 전화 걸고 싶다
여기 두미도頭尾島인데
아무도 오지 않는다
아침엔 안개 때문에 배가 오지 않았고
저녁엔 바람 때문에 배가 오지 않는다
그런 섬
마을 사람 40명이 산다는데
집은 서른 채
한 집에 한두 사람씩
빈집도 있고
나도 이 집에서 혼자다
고독에 구원을 청하듯
전화 걸고 싶은데
걸 데가 없다
봄이면 동백꽃 향기 먼 바다까지 흘러
이렇듯 두미도는 이름조차 생소한 섬이지만 시인들의 글에 자주 등장한다. 더욱이 시인 이종만은 두미도에서 네 번의 봄을 보낸 경험과 느낌을 담아 글을 썼다. 양봉을 한 이종만은 봄부터 가을까지 벌통과 함께 꽃을 찾아다녔다. 그런 그는 4년이나 두미도의 동백 밭에 벌을 치러 와서 3개월씩 머물렀다.
무엇이 이종만을 두미도로 이끌었을까? 그는 봄이면 동백꽃 향기가 먼 바다까지 마중 나와 코를 벌름거리는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면에 위치한 두미도를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동백꽃이 만발한 3.4월 온산이 동백꽃 붉은 용암으로 넘쳐 바닷바람에 차가워진 청색의 손바닥을 내밀어 붉은 불기운이 들도록 쬐어보기도 했다. 두미도를 묘사한 이종만의 글귀를 생각하며 동백꽃이 본격 피기 전인 입춘에 두미도를 찾았다.
두미도는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큰 머리와 작은 꼬리만 가진 동물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두미도의 마을은 사량도를 마주보는 북구와 동쪽으로 노대도를 바라보는 남구 등 두 개 마을로 크게 나누어진다. 몇 가구 되지는 않지만 북구 서쪽에 자리 잡은 설풍과 남구에 섬의 꼬리부분인 동뫼섬을 바라보는 청석 등 자연부락이 있다.

2월에도 노란 유자 그대로...남국 연상
두미도의 면적은 5.03㎢로 욕지도 면적(12.73㎢)의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해안선은 대부분 절벽이거나 가파르다. 그래서인지 두미도는 그렇게 작지 않은 섬인데도 인구는 66가구에 94명으로 860여 가구에 1530여 명인 욕지도의 6.1%에 불과하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이나 걸릴 정도로 멀리 떨어진 섬이다.
북구마을 선착장에 도착한 배는 사람들이 내리고 타자 곧바로 떠난다. 선착장과 연접한 북구마을은 여느 어촌과 마찬가지로 조용하다. 선착장 건조대의 물메기가 바닷바람에 몸을 내놓고 있는 모습까지 겹쳐지면서 다소 황량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마을회관 옆 동백 숲을 보니 많은 시인들이 찾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높이가 4~5m는 족히 돼 보이는 동백나무가 여러 그루 모인 숲은 웬만한 당산나무보다 커 보였다. 입춘이지만 바닷바람이 찬데도 동백꽃은 진홍색 꽃망울을 제법 터뜨리고 있다.
마을 곳곳에 동백나무와 푸른 잎의 후박나무 군락지가 있다. 한겨울을 지났는데도 푸른 잎과 노란 과일이 그대로 붙어있는 유자나무가 남국을 연상케 한다.
섬에서 나고 자란 할머니들의 옛이야기
정적이 감도는 마을 뒤편 길가에서 쑥을 캐는 박우화(90) 할머니는 캔 쑥을 모아두었다가 도회지에 사는 아들에게 보낸다고 했다. 할머니는 "작년에 캔 쑥 한 자루를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며칠 전에 보냈더니 아들이 전화로 '이런 거 할 나이냐'며 야단이었다"고 말하면서도 "아프지 않고, 혼자 끓여먹으며 자식들에게 성가시게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한다.
박 할머니는 18살 때 욕지도에서 시집와 지금까지 70여년을 북구마을에 살고 있다. 할머니는 33살 때 남편을 잃었다. "사라호태풍 때인데 배를 살리려고 바다에 나갔다가 배도 없어지고, 사람도 없어졌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때부터 시부모님 모시고 3남 2녀를 키웠다. 할머니는 "손녀들이 할머니 혼자 섬에 있다"고 걱정이 많다며 큰 손녀는 초등학교 선생님, 작은 손녀는 고등학교 선생님이라고 자랑했다.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최막순(88) 할머니는 18살 때 북구마을로 시집왔다고 한다. 남구마을 대판(대판널)이라는 마을에서 시집와 평생을 살면서 3남 2녀를 두고 있다. 할아버지는 5년 전 돌아가시고 큰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남해 말투와 풍습 남아있고 삼천포장 이용
이장님 댁에 마실 나오신 김능이(88) 할머니도 남구마을에서 19살 때 북구마을로 시집왔다. 3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사신다. 김 할머니는 "엄마가 오빠를 낳고 한참 있다가 나를 낳아 이름을 '능이'라고 지었다"며 웃으셨다.
북구마을에서 태어난 정평익(76) 이장은 남해에서 22살에 시집온 부인 곽숙자(76)씨와 단 둘이 살며 마을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정 이장은 남해수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 후 이런저런 일을 하다 좀 늦은 나이에 체신부 공무원을 시작했다. 통신사업 쪽 일을 맡아 도서지역에 무선국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일을 하다 1997년 정년퇴직했다.
두미도에는 옛날 남해 사람들이 주로 이주해왔다고 한다. 아직까지 남해 말투와 풍습이 그 흔적으로 남아있다. 생활권 또한 삼천포와 가까워 지금도 주민들은 삼천포장을 주로 이용한다. 삼천포장날이면 통영항을 출발한 정기여객선이 삼천포항에 갔다가 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주민들은 올 연말쯤 차도선(카페리)이 운항하면 외지인들이 좀 더 편하게 섬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낚시.다이빙.등산하기 좋은 섬 두미도는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바닷물이 맑아 스쿠버다이빙 명소이기도 하다. 통영 미륵산보다 7m나 높은 천황봉(468m)이 있어 등산을 위해 찾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지난 2013년 섬 일주도로가 개통된 후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 멧돼지가 야생 새끼염소까지 잡아먹을 정도로 많아 등산과 트래킹 때 주의해야 한다. |
요일과 삼천포장날 따라 달라 확인 필요
두미도행 뱃길
두미도 가는 뱃길은 요일과 삼천포장날에 따라 달라 좀 복잡하다. 두미도행 정기여객선 바다랑호는 통영여객선터미널(통영시 서호동)에서 출항한다. 출항 시간은 10월부터 3월까지는 오전 6시 50분과 오후 1시 30분이다.
오전과 오후, 요일에 따라 들르는 곳과 순서가 달라 가장 먼 두미도 북구마을에 도착하는 시간도 다르다. 오전에는 곧바로 북구마을로 가기 때문에 8시 15분경 도착한다. 두미도 남구마을-상노대도 산등-상노대도 상리-하노대도-상노대도 탄항을 거쳐 통영항으로 돌아온다. 오후에는 상노대도 탄항부터 들러 북구마을에 3시 45분경 도착한다. 그리고 곧장 통영항으로 귀항한다.
욕지도를 들르는 월.목요일에는 통영항과 상노대도 탄항마을 사이에 욕지도가 추가된다. 삼천포장날(4.9일장)에는 통영항에서 오전 6시 50분 한번만 출발한다. 상노대도-하노대도-두미도를 거쳐 삼천포항에 갔다가 오후에 삼천포항에서 출발해 다시 역순으로 통영항에 돌아온다.
4월부터 9월까지는 오전.오후 모두 통영항 출항시간이 20분씩 늦춰진다. 바다 날씨에 따라 결항이 잦으므로 섬을 찾을 땐 일기예보와 출항여부를 반드시 확인(여객선사 전화 1666-0960)해야 한다.